https://www.mk.co.kr/news/columnists/10877528
‘사기 상장’ 주관사는 정말 몰랐을까 [편집장 레터]
파두 매출 추정액 완전 엉터리로 계산한 NH·한국투자증권
2019년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사태’ 때도 두 증권사가 주관사
“작은 회사 유상증자 공모였는데 발행사가 알려준 대로 증권신고서에 받아 적었다가 나중에 담당자 모두 중징계를 먹었다.”
“애널리스트 일할 때 회사 가이던스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느냐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증권사 출신 A와 B가 ‘사기 상장’ 의혹에 휩싸인 파두 사태를 보면서 들려준 얘기입니다.
1조5000억원 가치를 인정받고 화려하게 상장한 파두의 ‘사기 상장’ 스캔들이 점점 확대되는 모양새입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와 파두 IPO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피해 주주를 모집하고 있다죠.
주관사는 지난 7월 파두의 2023년 매출액을 1202억원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뿐인가요. 2024년 3715억원, 2025년 6195억원으로 매년 2~3배씩 뛸 것이라 예상했죠. 어떻게 이런 수치를 뽑아냈을까요?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2분기 매출액 6000만원) 이 같은 추정치를 뽑아냈다면 명백한 투자자 기만이죠. 물론 주관사들은 파두가 2분기 실적을 알려주지 않아 전혀 몰랐다고 할 테죠. 그럼 주관사가 왜 필요한 걸까요. 투자자가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는 내용을 주관사가 대신 확인해서 전망해준다는 신뢰의 사슬이 모두 깨져버렸습니다.
이 지점에서 2019년 한때를 뜨겁게 달궜던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사태’가 떠오릅니다. ‘인보사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코오롱티슈진 상장 부실 검증 논란이 일었죠. 코오롱티슈진은 상장되기 이전인 2017년 2월, 인보사에 들어가는 핵심 성분이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세포임을 확인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증권신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실리지 않았죠. 공교롭게도 코오롱티슈진 상장 주관사 역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SK그룹은 자칫 파두 불똥이 SK로 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입니다. 최태원 회장 맏사위 윤도연 씨가 2020년까지 파두에서 사업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일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죠. 그뿐인가요. 파두가 유니콘 대접을 받게 된 핵심 요인 중 하나가 ‘SK하이닉스를 통해 메타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윤 씨는 2021년 AI 스타트업 ‘모레’의 공동 대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역시 공교롭게도 파두 사태가 불거진 직후 윤 씨는 모레 공동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레 홈페이지 경영진 소개 코너에는 윤 씨의 흔적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 와중에 파두처럼 기술특례상장으로 IPO하려던 기업들만 난리가 나게 생겼습니다. 올해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31개 기업 중 대부분 기업 3분기 누적 실적이 공모 당시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례상장은 당장 실적이 없거나 부진한 기업이더라도 미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어쩌면 당장 눈에 띄는 실적을 내놓으라 하는 게 어불성설일 수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특례상장 기업에 다들 눈에 불을 켜고 쳐다보겠죠. 특례상장에 대한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될 수도요.
https://www.mk.co.kr/economy/view/2023/888426
커져만 가는 파두 ‘뻥튀기 상장’ 의혹 [TOPIC]
10만 개미 “사기 상장”…집단소송 움직임
올 하반기 코스닥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가 최악의 어닝 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투자자의 ‘성난 민심’은 상장 주관사단과 한국거래소 등을 향한다. 상장 당시 실적 추정치를 믿고 투자에 나섰던 주주들 사이에서는 ‘사기 상장’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진다. 상장을 대표 주관했던 NH투자증권과 공동 주관한 한국투자증권은 평판 리스크에 휩싸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비롯한 주관사단의 평판 시장을 별도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두, 역대급 어닝 쇼크
주요 주주 선행매매 논란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16일 기준 파두 시가총액은 9000억원을 위협받는다. 지난 11월 9일에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최근 주가는 1만8000원대로 공모가(3만1000원)를 한참 밑돈다. 투자자들은 회사명에 빗대 “파두 파두 끝이 없는 지하실”이라고 자조한다.
주가 추락의 원인은 형편없는 실적이다.
파두는 올 3분기 매출 3억2100만원, 영업손실 14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사실상 매출이 제로인 상황에 처하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투매에 나섰다. 올 3분기 누적으로는 매출 180억원, 영업손실 34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IR(기업설명회) 자료를 통해 밝힌 올 2분기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이 기간 매출이 5900만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152억원이다. 파두는 2025년 매출 6195억원, 당기순이익 189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공모에 나섰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시장에서는 파두 사태가 일견 예상됐던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회사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설계하는 업체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컴퓨터 기억 장치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빠르고 발열·소음은 적다. 파두는 올 초 SK하이닉스와 손잡고 메타(옛 페이스북) 데이터센터에 SSD 컨트롤러를 공급했다. 파두가 주요 기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IR 포인트로 삼은 것도 이 대목이다.
하지만 파두 기업설명회에 참석했던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의아하다’는 수군거림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기업설명회는 보스턴컨설팅과 베인앤드컴퍼니 등을 거친 이지효 대표이사가 주도했다. 익명을 원한 애널리스트는 “메타와 거래선을 뚫은 것을 강조하면서 AI 시대에 SSD 시장에 관해 낙관적인 전망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며 “당시만 해도 낸드와 SSD 시장은 엄혹한 시기를 겪고 있었고 AI 시대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D램 시장 수혜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참석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위기였다”고 돌아봤다.
시장에서는 파두 경영진이 사실상 투자자를 기만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무엇보다 올 3분기에 IPO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파두 경영진이 ‘매출 공백’을 고의적으로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파두가 증권신고서상에 기재한 2023년 예상 매출액은 1200억원에 달한다. 연말을 앞둔 현시점에서 이 같은 실적 달성은 불가능에 가깝다. 2024년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3715억원, 929억원.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6195억원, 1856억원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 윤곽이 드러날 때쯤 공모를 했는데 이런 실적을 내놨다는 것은 모럴 해저드라고 보여진다”며 “이 같은 실적 추세는 수요예측 당시에도 전혀 공유되지 않아 매니저들도 상장 주관사단을 성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IPO 준비 과정에서 파두 측이 거래소에 제출한 매출 추정치보다 더 높은 수치를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것도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상장 심사 과정에서 파두 측이 거래소에 낸 2022년 매출액 추정치는 약 1150억원이다. 그럼에도 핵심 투자 정보와 리스크를 기재하는 증권신고서에는 이보다 높은 1203억원을 연간 매출액 추정치로 써냈다. 심사 과정에서 실적 추정치가 조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거래소에 낸 수치보다 높여 증권신고서를 작성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게 시장 시각이다.
최악의 실적 부진에 대한 파두 경영진의 해명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시선이 다수다. 이 회사는 “낸드·SSD 시장 침체와 AI 강화를 위한 데이터센터들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렸다”며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는 당사 또한 그 규모와 기간 등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해명한다. 이어 “올 2분기에 기존 고객 발주가 취소됐으나 이는 단기적인 재고 조정”이라며 “3분기부터는 다시 구매가 재개되고 여기에 신규 고객 수주가 더해진다면 큰 문제없이 3·4분기 실적이 달성되고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낸드와 SSD 시장 부진은 지난해부터 지속됐고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올 4분기부터 실적이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파두 측 주장에 대해서도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파두의 올 4분기 매출은 지난 6월 수주받은 Gen5 컨트롤러 관련 261만달러(약 35억원)가 전부다.
이런 가운데 주요 주주였던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실적 공시 직전까지 지분을 처분하고 투자금을 회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블루런벤처스(BRV) 출신 한승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사모펀드(PEF)다. 2016년 파두 설립 초기부터 투자를 이어온 실질적인 2대 주주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쿼이아트리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은 지난 11월 2일부터 8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주식 124만5361주를 장내 매도해 419억원을 현금화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은 모두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설정한 펀드다. 포레스트파트너스 측 펀드인 ‘세쿼이아트리2호 엔코어 신기술사업투자조합’도 지난 9월 7일과 12일, 이틀간 12만702주를 매도해 55억원을 회수했다. 지난 9월과 11월 매도분을 포함하면 총 136만6063주를 처분해 474억원을 회수한 것이다. 포레스트파트너스의 파두 지분율은 6.9%에서 4.1%로 줄었다. 지분율이 5%를 밑돌아 향후 지분 변동에 따른 공시 의무도 사라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두 측 매출이 고작 3억원대였는데 이를 가결산하는 데 시기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10월 초에 분기 매출 가결산이 다 나왔다면 주요 주주인 PEF에 귀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주관사·거래소 책임론 비등
덩치 키우기에만 혈안
사정이 이렇자 상장 주관사단을 향한 책임론이 비등하다. 상장 주관 증권사가 자본 시장에서 맡은 임무는 막중하다. IPO의 본질적인 기능은 상장 예정 기업 적정 가치가 얼마인지 찾아내는 가격 발견이다. 증권사는 이들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상대비교법 등의 밸류에이션 기법을 동원한다. 비즈니스 모델, 산업의 유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동종 기업군을 추린 뒤 이를 잣대로 IPO 예정 기업가치를 매긴다. 수요예측에 앞서 공모가의 상하단 범위를 정하므로 IB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작금의 파두 폭락 사태에 비춰, 주관 증권사가 ‘적정 가치 발견’이 아니라 ‘덩치 키우기’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제대로 된 ‘가격 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상장 당시부터 불거졌다.
무엇보다 적절한 동종 기업이 선정됐는지부터 의구심이 제기됐다. 통상 동종 기업을 판별하려면 비즈니스 모델이 유사하다는 전제 아래 성장 단계가 비슷한지부터 재무 구조가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과 규제 환경까지 여러 요인을 두루 살핀다. 그럼에도 유사 기업 선별 기준에는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된다. NH투자증권 등은 파두 상장 당시 비교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설계 업체인 브로드컴·마이크로칩·맥스리니어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 비교기업의 순이익 등 재무지표는 파두와 비교 불가였다는 점에서 적정한 비교기업군 선정이었는지 지금도 논란이 드세다.
주관사단이 순이익을 과대평가했다는 비난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주관 증권사단은 2024년과 2025년의 추정 순이익을 할인해 공모가 밴드를 산출했다. 이는 각각 948억원, 1900억원 규모다. 이는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과 공급 논의를 기초로 추정한 것이지만 사실상 공염불이 됐다.
사정이 이렇자 상장 주관사단의 평판 시장을 별도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전한 기업공개 시장 조성을 위해서는 공모가의 적정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주관사 역할, 공모주의 장기 성과 등이 강화돼야 하며 이를 위해 IPO 주관 업무에 대한 평판 시장을 별도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IB ECM 쪽이 받아가는 수수료의 일정 비율을 해당 상장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법정 공방 비화 조짐
집단소송 확산 촉각
파두 사태가 법정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와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피해 주주를 모집하고 있다.
여론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금감원과 거래소는 상장 심사 과정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는 중이다. 파두와 대표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에 상장 심사 당시 제출한 실적이 적정했는지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당국은 우선 상장 당시 제시한 전망치와 실제 실적 간 큰 격차가 발생한 원인을 집중 점검한다.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 관련 신청서나 첨부 문서에 투자자 보호에 중요한 사항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누락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거나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
집단소송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금융당국까지 나서자 파두와 직간접적 거래 관계로 얽혀 있는 SK그룹 내부에서도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로 알려진다. 파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맏사위 윤 모 씨가 사업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윤 씨가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씨와 결혼한 때는 2017년. 윤 씨는 2020년 말에서 2021년 상반기쯤 파두를 떠나 스타트업 ‘모레’를 공동 창업했다. 2016년 말 당시 SK인포섹(현 SK쉴더스)은 파두가 발행한 3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에 투자했다 2020년 만기가 돌아오자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했다. 7만5000주를 주당 4만원에 교환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2020년 말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 후 2022년 파두가 주식 수를 16배로 늘리는 무상증자를 단행해 SK쉴더스의 총 보유 주식 수는 120만주로 늘었다. SK쉴더스가 올 3분기 연결 재무제표에 기재한 파두 지분 평가액은 412억원이다. 30억원을 투자해 10배 이상 불린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5% 미만이라 지분공시 의무가 없지만 현재도 SK쉴더스가 지분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집단소송이 추진되는 중에 만약 SK그룹 계열사가 파두 주식을 일부라도 미리 팔았을 경우 더 큰 리스크로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관련 동향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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