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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론 군불 때지만…속 타는 미래에셋 [BUSINESS]

by 도호아빠 2023.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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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이 최현만 회장 퇴진을 비롯 대대적인 쇄신 인사에 나서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향후 일련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당장 해외 부동산 부실에 따른 충당금이 실적 불확실성을 키우기 시작했다. 예상 밖 라임 사태에 휘말려 금융당국과 검찰의 칼날이 조직을 정조준한 데다 잇단 금융 사고로 내부통제 부실도 입방아에 오른다.

미래에셋증권은 최현만 회장의 용퇴로 새 부회장단을 앞세우고 대대적인 조직 쇄신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사옥. (미래에셋 제공)



세대교체론 꺼낸 속사정은

사정당국 집중 포화 부담 해석도

최근 미래에셋그룹은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수뇌부에 큰 변화를 줬다.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을 공동 창업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최현만 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미래에셋그룹은 다시 박현주 ‘1인 회장 체제’로 돌아왔다. 박 회장은 2세대 전문경영인 6인을 부회장으로 중용해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래에셋 측이 ‘세대교체론’을 들고나온 속사정에 주목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미래에셋증권은 라임 펀드 사태 후폭풍에 휘말려 검찰 수사와 금감원 검사를 받고 있다. 사정당국의 집중 포화를 맞자 조직 쇄신을 위해 최현만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선제적으로 내려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됐던 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은 규제 산업으로 대정부 관계 설정이 중요한 과제”라며 “특히 미래에셋은 과거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초반 박현주 회장의 급작스런 미국행을 두고도 정치권 연계설에 시달렸던 터라 정치권과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을 극도로 꺼려 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포스트 최현만’으로 주목받는 부회장 3인도 속이 편치만은 않다. 고금리 장기화로 수면 아래 있던 해외 부동산 손실이 가시화한 데다 잇단 금융 사고로 내부통제도 손봐야 할 처지다. 증권사 CEO를 지낸 A씨는 “매출 손익보다 손상차손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상황에 CEO 자리를 넘겨받은 터라 전문경영인 입장에서는 단기 실적을 부각시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미래에셋은 당장 올 3분기 실적부터 해외 대체투자 잠재 부실이 실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올 3분기 미래에셋증권은 전 분기 대비 42%, 전년 대비 25% 줄어든 774억원의 지배주주 순이익을 거뒀다. 금융투자업계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을 큰 폭 밑돈다.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평가손실이 1100억원가량 인식돼 순이익을 까먹었다. 프랑스 마중가타워에 500억원 규모 손상차손이 인식됐으며 미국 댈러스 오피스 빌딩(스테이트팜) 매각에 따른 손실이 600억원가량 잡혔다.

특히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은 미래에셋이 2016년 9월 모집한 국내 1호 미국 부동산 공모펀드라는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미래에셋은 당시 매입가 가운데 3000억원 정도를 개인을 대상으로 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로 조달했다. 설정 당시 9786억원을 투자(당시 환율로 약 8억4362만달러)해 5억8000만달러(약 7879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달러 기준 약 30%, 원화 기준 20% 손실을 보고 팔았다. 미래에셋 입장에서는 ‘뼈아픈 손절’이다.

 

*** -1907억원... 

이번 매각을 두고 미래에셋 측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매각을 성사시킨 것”이라 자평했지만 시장에서는 냉소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투자자산인 댈러스 시티라인 오피스는 미국 1위 손해보험사 스테이트팜이 2016년부터 2037년까지 업무시설의 100%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어 공실률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자산 가치가 매입가 대비 20~30%가량 하락한 상황에서 미래에셋 측이 우량 물건을 서둘러 매각한 것은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 11월 선순위 대출 만기로 리파이낸싱할 경우 고금리로 금융 비용이 급증한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 측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신의성실의무(Fiduciary Duty)’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체투자업계 관계자는 “임차율 100%짜리 물건을 금리 최고점에서 서둘러 매각한 만큼 매도 시점을 두고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며 “외국처럼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를 설정해 우량 자산을 장기 보유하면서 차익 실현 기회를 유예하는 가운데 금리 연착륙을 기다리는 선택지도 고려됐더라면 좋을 텐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측면이 적극 고려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촌평했다.

결국 미래에셋은 수수료 수십억원을 챙긴 반면 개인 투자자만 손실을 봤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1조 마중가타워 골칫거리

손상차손 불확실성 확대

문제는 미래에셋 등 국내 금융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이 홍콩, 미국, 영국, 벨기에 등 세계 전역에서 손실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투자사들이 매입한 유럽 부동산은 90여개에 달한다. 저금리의 막바지였던 2017~2019년 사이 여러 투자자에게 셀다운(재판매)됐던 부동산 자산은 투자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줄줄이 손실 위기에 처했다.

금융감독원이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해외 부동산 펀드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29조9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펀드 만기가 집중되는 향후 1~2년간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미래에셋은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대형사 중에서도 가장 높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이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 비율이 높아 점검이 필요한 곳으로 지목됐다.

다만, 현재 부실 자산 규모만 놓고 보면 당장 재무건전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고정이하자산 규모는 약 1964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총자산 가운데 고정이하자산이 차지하는 비율로, 증권사의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늘었다는 것은 전체 자산에서 부실자산 비중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미래에셋 측은 “금리 정상화 등 영업 환경이 안정화되면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고금리가 길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자산 재평가 등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미래에셋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전역 오피스 빌딩에 투자했다. 호텔, 물류센터 등에도 대규모 자본을 투입했다. 대규모 손상차손 인식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미래에셋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는 프랑스 파리와 인근 서부 상업지구인 라데팡스의 상업용 빌딩 ‘마중가타워’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를 약 2조2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1조원가량이 마중가타워 관련 투자로 추정된다. 프랑스 부동산 전문 매체 르모니터에 따르면 라데팡스 지구의 평균 공실률은 2019년 4%대에서 올 들어 20%를 넘어섰다.

문제는 앞으로다. 2019년 매수 당시보다 현지 대출 금리가 큰 폭 뛰었다. 영국 부동산 중개 업체 프렌치프라이빗파이낸스에 따르면, 프랑스의 20년 만기 부동산담보대출 금리는 2019년 1%대 중반에서 최근 4~5%를 웃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7월부터 올 9월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다 지난 10월 연 4.5%로 금리를 동결했다.

매입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프랑스 운용사 아문디의 부동산 자회사인 아문디이모빌리에(Amundi Immobilier), 프랑스 현지 기관 투자자와 함께 지분 투자에 나서 4460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6300억원가량을 현지 대출로 조달했다. 당시 1%대 초반으로 미래에셋 측은 대부분 7년 만기 고정금리로 대출 받았다. 기존 보유 지분을 매각하지 못할 경우 대출을 갈아타는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조달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공실률이 급등한 상황에서 자칫 현금흐름이 부채비용을 커버하지 못할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고금리 환경 속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이 진행되고 있어 손상차손 발생 가능성이 실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정이 이렇자 미래에셋의 리스크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조직 개편에서 리스크 관리 부문을 독립시키고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를 맡았던 인물에게 대체투자심사본부를 맡겼다. 리스크 관리 부문은 지난해 조직 개편에서 경영혁신실로 편입됐으나 1년 만에 다시 독립했다. CRO를 맡아온 이영준 상무는 하위 조직인 대체투자심사본부장으로 이동한다. 이 상무가 맡던 리스크 관리 부문 대표로는 채권 부문 대표였던 이두복 부사장이 맡는다. CRO 직급이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올라가 조직의 체급이 달라졌다. 저금리 국면에서 조직 전반에 위기 민감도가 다소 낮았다면 앞으로는 내부 투자 심사가 더욱 깐깐해질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멀티에셋자산운용을 흡수합병하는 것도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 전략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래에셋 측은 표면적인 합병 추진 이유로 ‘시너지 도모’를 앞세우지만 일부 부실자산에 대한 관리 부담이 합병의 빌미가 됐을 것이라는 게 대체투자업계 시각이다.

최근 금융권 입방아에 오른 홍콩 오피스 빌딩 투자 실패 사례는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2019년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빌딩 대출펀드를 판매했던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해당 펀드를 90% 상각 처리했다. 당시 보증을 선 홍콩 억만장자가 파산하고 고금리 상황에서 빌딩 가격이 급락했다.



도마 오른 내부통제

금감원, 징계 예고

내부통제를 정비하는 것도 갈급한 과제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2800억원대 대출 계약서를 위조한 직원을 적발해 검찰에 고소했다. 대출이 실제 집행되기 전 적발됐지만 계약 상대방 회사가 사업 진행이 지체돼 손해를 봤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비리가 드러났다. 미래에셋 측은 “회사와 관계없는 개인의 일탈”이라는 입장이지만 대체투자 활황기 때 조직 전반에 퍼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모니터링할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대체투자업계에서는 적발되지 않은 미래에셋 임직원의 모럴 해저드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뒷말도 따른다. 이번 사례는 상대방 회사가 미래에셋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뒤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체투자업계에서 부동산 활황기 때 일종의 선행매매가 횡행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가령, 브리지론 등 대출 실행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자본금에 개인 자금을 섞는 식이다. 미래에셋 대출 계약 위조 사례 역시 SPC를 설립해 수수료 착복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에서도 PF업계 유명 임원의 부적절한 선행매매가 적발됐으나 회사 측이 조용히 사직 처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임원은 두둑한 성과급에 퇴직금까지 챙겨 회사를 떠났다는 게 대체투자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익명을 원한 대체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이런 선행매매가 적발되더라도 회사 측에 ‘이 프로젝트를 꼭 성사시켜야 하니 내 돈을 넣어서라도 투자를 한 것’이라며 ‘내 돈을 넣고 거래가 성사되면서 회사에서는 수수료를 벌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항변한다”고 귀띔했다.

미래에셋은 고객 투자 수익률 조작 사고를 제때 보고하지 않은 건으로도 금융당국 제재를 앞두고 있다. 현행법상 이번 금융 사고 미보고를 직접 처벌할 수 없으나, 금감원은 가능한 모든 법을 다각도로 강구해 고강도 제재를 부과하겠다며 벼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