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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이혼 후기

by 도호아빠 2023.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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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이혼 후기.

안녕 블라형들. 한달 쯤 만에 죽지도 않고 또 와서 하는 각설이 타령이야. 이혼 진행남에서 이혼 완결남으로 돌아왔어.법원에서 이혼 승낙 받았어. 하하… 은메달 이라도 대단한거지? 근데 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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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블라형들. 한달 쯤 만에 죽지도 않고 또 와서 하는 각설이 타령이야. 이혼 진행남에서 이혼 완결남으로 돌아왔어.

법원에서 이혼 승낙 받았어.
하하… 은메달 이라도 대단한거지? 근데 금메달이 아니어서 많이 슬펐던 이혼이네.

지난 번 글에 아이와 방학을 지낸다고 했었잖아? 나와 아이는 7월 말부터 8월 중순 까지 함께 지냈어. 유치원 방학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거지.

아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 몰라도.. 면접교섭 하고 헤어지는게 너무 슬프고 마음 아프더라고. 아침부터 밤까지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이 왜 이리 짧은 것이며,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나 때문은 아닐까 라는 헛된 착한아이 컴플렉스에 빠져서는.

아무튼 아이의 방학을 온전히 좋은 기억만 남게 해주기 위해 무더위 였던 그 날들을 행복하게 지냈지. 아이도 나처럼 행복하게만 그렇게 지내는 줄 알았는데 문득 아이가 그러더라고. 레고랜드에서.
딸-“아빠, 마법사 멀린은 소원도 들어줄 수 있어?”
나-“소원은 우리가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거고, 멀린은… 마법사니까 마법으로 원하는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딸-“그럼 멀린 모자랑 멀린 망토 사주면 안돼?”
나-“당연히 사주지. 우리 딸내미가 원하는 건데.”

멀린 코스프레를 하고 숙소에서 즐겁게 놀고 자려는데 울먹이며 아이가 그러더라고. 아빠가 소원을 들어주면 안되냐고… 우리가 소원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하자. 아빠가 너의 소원을 위해 지금보다 노력할게.

일곱살짜리 유치원생의 소원이 뭐였겠어. ‘아빠, 엄마, 나. 우리 가족 같이 사는거’ 였지. 레고랜드 가기 전에 어느 행사장에 간 적이 있는데 캡슐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넣어서 함에 담는 그런걸 하더라구. 아빠가 훔쳐볼까봐 숨긴다고 숨기는데 다 보이잖아. ‘아빠도 같이 사는거’

나랑 지내는 방학동안 아이는 자의로 엄마를 찾지는 않았어. 외려 내가 먼저 엄마 보고싶지 않냐고 물어보는 입장이었지. 엄마가 그랬대. 엄마 생각 안 날만큼 아빠랑 재밌게 시간 보내라고. 그래서 엄마 생각 안난대.

거실에 텐트를 치고 놀던 어느 날. 텐트에서 잠을 자기로 하고 누워있는데. 아이가 마음이 너무 안좋다고 했어. 왜 마음이 안좋냐고 물어보니
“아빠는 내 행복이 뭔지 알아? 아빠 엄마가 싸워도 나랑 같이 살고, 내 앞에서 싸우면서 살아 주는거야. 아빠 엄마는 자랄 때 아빠 엄마가 다 있었는데, 왜 나는 다른거야? 왜 아빠 엄마는 나한테 마음에 상처를 주는거야? 내 앞에서 싸워야 내가 말려줄 수 있잖아. 그 소원, 그 행복이 아니면 나는 아빠랑만 살고 싶어. 엄마한테 지금부터 아빠랑 여기서 살겠다고 이야기 해줘.”
라고 하더라고. 아이를 끌어안고 울다가 둘다 잠들었네.

그때부터 양육권에 대한 갈망이 본능처럼 다가오더라고. 아이와의 대화에서는 이미 미래를 그리고 있고(지금 사는 집보다 좋은 집으로 이사하고, 근처에 친척이 사는 곳으로 가서 사촌언니, 오빠랑 자주 놀아야 하고, 학원 다니면서 아빠 퇴근 할때까지 기다리고 등등). 그래도 큰 걱정이 있잖아. 나는 아빠고 아이는 딸이기에. 그것도 설명해줬어.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 아이는 오히려 아직 먼 이야기를 벌써부터 걱정하냐고 나를 가르치려들더라.

곱디 고운 일곱살짜리한테 어른이란 년놈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건가. 이런게 일곱살 어린이가 할 말이냐고… 내 인생 아이를 위해 반성하고 속죄하며 살겠다 다짐 했지. 아까 말했던 아이의 행복도 아빠와 사는 걸로 귀결될 수 있기를.

애엄마(후술 “엑스”로 표기) 와 상황이 이러하니 내가 아이를 키우겠다. 조정안이 아닌 협의안대로 너는 몸만 나가라고 이야기를 했지. 엑스는 아이가 아빠랑 있을 때 했던 이야기이기에 자기도 아이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아침에 아이와 통화를 해보겠다. 아이가 원한다면 아이의 뜻에 따르겠다고 하며 그날 통화를 마쳤고. 다음날 아침에 아이와 통화 했지. 오늘이나 내일이나 엄마 잠깐 만나자고. 근데 아이가 너무 확고하더라고. 다시 가기 싫다고. 차 오래타는 것도 싫고, 기차타고 가는 것도 싫고, 오려면 엄마가 오라고. 그러다가 지금 다니고 있는 유치원, 학원에 인사 하러는 와야하는거니까 하루만이라도 돌아와서 엄마랑 이야기 하자고 해서 아이가 딱 하루만 있다가 다시 아빠한테 가는걸로 이야기를 정리했어.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고 아이는 결국 내가 데려다 주었지. 많은 장난감과 보드게임들을 남기고. 엑스가 나에게 방학 짐 보낸 것들만 다시 챙겨서. 가면서도 그러더라고. “엄마 얼굴만 보고 다시 가자.”, ”엄마 나와있지 말라고 하고 공원에서 아빠랑 더 놀다가 엄마한테 연락해줘.“
카시트에 앉은 아이가 내 얼굴을 보려고 자꾸 암레스트 쪽으로 내려오고… 거의 도착해서는 운전석으로 와서 아이를 안고 운전했네.

엑스는 인도 장소에 이미 나와있었어. 내 차가 보이니 차 쪽으로 와서 아이 데려가려고 하는데. 아이는 나한테 안겨서 안간다고, 다시 우리 집에 가자고, 엄마 얼굴 봤으니까 가자고 너무 울더라고ㅜㅜ 겨우 어르고 달래서 엑스 차에 태웠는데. 차 문까지 열고 뛰어 나왔어. 나란 놈이 그래도 아빠라고 안아줘야한다고. ”엄마랑 이야기 하고, 아빠랑 떨어지면서 친구들 인사 못하고 와서 힘들었을테니까 다시 아빠한테 올땐 여기서 만났던 친구들한테 인사 하고 오라고 보낸거야. 엄마가 전화 하면 바로 데리러 올테니까 충분히 이야기 하고 인사 다 하고 만나자“ 하고 헤어졌지.

여기까지가 조정기일 직전의 일 이었고, 연락을 하지도, 연락이 오지도 않았어. 아이가 차에 두고 간 장난감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 엑스에게 연락하니 수화기 너머로 아이가 우는 목소리로 ”아빠, 이따가 전화할게“ 라는 목소리를 들었는데.

조정기일에 엑스는 오지 않고 변호사만 출석했어. 지각이라는 걸 하는 변호사더라고. 나는 혼자 출석했어. 이혼에 변호사 선임하지 않았으니까. 이혼에 동의 하는 입장이고, 화두는 역시 자녀 양육이지. 나도 원하고, 상대방도 원하고. 견해는 좁혀지지 않았고 변호사라는 양반은 조정안이라고 제출한 내가 엑스에게 보낸 카톡메시지를 첨부한 것만 보고 왜 조정안대로 하지 않느냐고 묻고, 나는 최근에 당사자와 연락 하셨는지? 내가 입장 바뀌었다는 내용에 대해선 전달 못 받으셨는지? 심각한 사안인데 준비를 안하고 오신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당사자와 통화라도 해보셔야 하는거 아니냐니까 그제서야 나가서 통화 하더라.

와 진짜 대책 없다 싶어서 울음이 나대. 상간남이 선임한 변호사이고 엑스의 조정이혼에까지 선임한 변호사인데… 저런 사람들을 상대해야하는 내 처지가 지랄같아서 진짜 엉엉 울어버렸네. 속행으로 기일 미뤄보자고 내가 먼저 요청했더니 그 변호사라는 사람은 들어와서 한다는 얘기가 소송으로 할테니 오늘은 마무리 하자대. 뭐 바쁜 일이 있는지. 그 변호사 출석한지 10분이라도 됐을까? 파행하고 소송한다고.

오히려 조정위원분들이 말리는 입장이셨지. 파행하고 소송하느니 속행으로 기일을 다시 잡자고. 양육권 다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았던 상대 측을 혼내주시기도 했고. 변호사는 조정안 대로 하는 줄 만 알고 왔다 하고. 그래서 또 상대 변호사에게 물어봤지.
“배우자는 저와 양육 관련 대화에서 제가 아이를 양육하게 된다면 아이가 클때까지 면접교섭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는데 대리인께서는 그 내용을 인지하고 계신지, 아니면 그런 방향으로 자문해주신 부분이 있는지요.”
전혀 없대. 방금 전까지 나가서 당사자와 통화했다는 ‘법!률!대!리!인!’ 이라는 사람이.

파행이나 속행을 떠나서 애 엄마라는 사람이 저래도 되냐고, 나는 주변에 양육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양육권을 주장한다. 조정위원분들께 면접교섭의 형식이나 세부 내용을 엑스가 납득할 수 있게 조정해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내가 양육함으로 아이가 기억에 버젓이 있는 엄마라는 존재와 못 만나게 할 수는 없다고, 자신이 힘들다고 아이를 안만나는게 부모의 도리냐고 막 울면서 따졌어. 거의 감정의 1차 쓰나미 였네. 뭐라뭐라 이야기는 엄청 많이 했던거 같아 이때.

조정위원들이 상대변호사에게 나가서 당사자랑 통화 해보라고 해서 또 나갔지. 내가 하도 씩씩거리고 우니까 내 자리로 오셔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라고. 애엄마는 지금 뭐하는지. 거기서 잘못해버린거 같아.
“지금 일은 안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처가가 하는 사업체에 가끔 나가서 사무일 도와준다고 아이에게 들었습니다.”

변호사가 들어와서는 양육권만 주장하고 나머지 부분은 다 포기할거라고 했어. 파행이냐 속행이냐를 두고 상대변호사와 조정위원까지 나를 설득하더라고. 다 포기한다고 하는데 양보하라고… 나는 할 수 있다고. 아이랑 약속했는데. 같이 살수 있게 노력할거라고 약속해서 나는 지킬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당했지. 소송으로 가도 양육권을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고 아이가 받는 상처가 더 클 것이며, 지금보다 더 자주 만나서 아빠의 빈자리 채워주라고.

내가 당초 내가 아이에게 주고자 제시했던 양육비에서 대폭 삭감되고, 면접교섭 횟수도 늘어났고(융통성있게 상호협의하에 자유롭게), 배우자의 부정행위에대한 위자료 청구 안하고, 재산분할 없는 걸로 최종 정리가 됐는데.

엑스 측에서 그래도 자녀를 양육하는데 재산분할 어느 정도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를 시전, 조정위원들의 공분을 샀고. 속행 일자에는 배우자를 들쳐 업고라도 출석할거라는 변호사를 보니 직접 배우자를 못봐서 들쳐 업고 출석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부랴부랴 판사에게 전화해서 속행으로 기일 새로 잡아야 할 것 같다고 하고 우당탕탕 천방지축이 되는 와중에 변호사에게 재산분할 얼마나 요구하느냐 물으니 손가락을 좌라락 펼치더라고. 그래서 엑스 명의 차량 구입 당시 시가에서 지원해준 금액 얼마에 내가 당장 이 자리에서 입금해줄 수 있는 금액 얼마 해서 원하는 금액 맞추겠다.

했더니 결국 1시간 40분의 눈물 쑈로
나의 8년간의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지.

다른 어려운 상황에 놓인 형들 보다 순탄했던 과정인건가..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 불쑥 불쑥 화나고, 화 풀 곳이 없어서 몸도 움직이고 이렇게 글도 적게 되네.
아직 상간소가 남았는데 상대할 변호사를 경험해보니… 오히려 재밌어 질 것 같아. 한달이 넘게 반박서면을 안보내네… 정신없어 보이긴 하던데.

이 걸로 결혼생활 토픽에 글 쓰는 건 마지막이지 싶어… 부족하고 나이만 어른인 어리석은 아빠지만 사랑해주고 마음 알아주는 아이가 있어서 의미 있는 삶이고.
2023년 꽃무리 때 부터, 늦 여름까지의 마음 고생 드디어 한 고비는 넘긴 것 같아.
본가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전어를 구워주셨어.
집나간 며느리 돌아오게 하시려나 싶어서
“엄마, 안돌아와요.ㅋㅋㅋ”

한 걸음 더 나아가 볼게 형들. 그간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