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애일당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면서...

by 도호아빠 2024. 1. 21.
728x90

 

https://www.lst.go.kr/main/main.do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제도소개, 작성 가능기관 찾기,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기록 열람, 교육안내

www.lst.go.kr

 

[별지 제6호서식] 사전연명의료의향서 (2019.3.28 시행) (1).hwp
0.05MB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5년 넘게 의식없는 채 누워있는 것을 보았던 나로서는,

이거 작성 안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머니께 얘기드려서 이번에 작성하게 되었다. 

어머니와 내것 함께 작성해서 제출한다. 

 

만약에 혹시

내가 죽을 병에 걸렸는데, 

외부에서 볼 때는 의식이 없는 상태인데, 바이탈에는 문제가 없어서 영양을 공급해서 몇 년, 혹은 몇 십년을 살아간다면?

내 몸 속에 있는 내 정신은 아무리 내 몸을 움직이려고 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겠지만 불가능하겠지.

가위를 눌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내 몸이 움직이지 않는 공포가 어떤 것인지...

1~2분 정도만 가도 그 공포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몇 년 몇십 년을 그렇게 누워있는다면, 

그런 감옥보다 더한 끔찍한 상황에 처한다면 빨리 죽는 게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빨리 죽기를 택할 것이다. 

 

아버지는 5년 넘게 요양병원에 있었는데

갈 때마다 똑같은 의식없는 모습이라 처음에는 자주 가다가, 

언젠가부터는 점점 뜸해져갔다.

5년을 그렇게 병원 침대에만 누워있는다는게 말이 되나...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는 사람의 형체가 스러져간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뼈 밖에 살이 흐물거리며 붙어있다는 느낌... 

그렇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시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와 나를 위해서 의향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잘 설명해 드리니 어머니도 기꺼이 사인을 하셨다.

 

김훈 작가의 글을 떠올린다.

 

https://sky200100.tistory.com/2416

 

김훈, <어떻게 죽을 것인가>

다시 한번, 되새김질... -------------------------------- 📚 - 김훈 - 망팔(望八: 여든을 바라봄)이 되니까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벗들한테서 소식이 오는데, 죽었다는 소식이다. 살아 있다는 소식은 오지

sky200100.tistory.com

 

나도 이제부터 깔끔하게 살다가, 깔끔하게 가기로 다짐한다. 

보지도 않는 책들, 쓰지도 않는 물건들 전부 없애거나 주자.

세상을 위해 필요없는 짓 하지 말자.

이왕이면 좀 더 필요한 일을 하고 가자.

 

'인생 > 애일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백내장 수술...  (0) 2024.02.03
[이야기] 엄마와 나  (0) 2024.01.30
명장시대 딸기생크림케이크  (0) 2024.01.05
엄마 보험 만기  (1) 2024.01.04
새벽 눈...  (0) 2023.12.20